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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과 공감한 작가 김만중 (구운몽, 사씨남정기, 한글소설)

by pojka-ll 2026. 1. 22.

김만중작가
김만중작가

김만중은 조선 후기, 유배지에서 '소설'이라는 장르로 삶의 본질을 묻고 해답을 제시했던 독보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힘을 지녔으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형식이었던 한글소설로 널리 읽히며 조선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처음 그를 접했을 때 ‘환상적이고 고풍스러운 고전 작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 문장을 곱씹으며, 김만중은 삶과 도리, 여성의 현실, 인간의 욕망을 누구보다 깊고 넓게 성찰한 작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구운몽>에 담긴 허무주의적 시선과 <사씨남정기>를 통해 보여준 현실 비판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도덕과 권력의 문제에도 충분히 연결됩니다. 이 글에서는 김만중이라는 작가를 단순히 '구운몽의 저자'가 아닌, 시대를 읽고 글로 답한 진정한 이야기꾼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1. 인간 욕망과 허무를 꿰뚫은 <구운몽>

김만중의 대표작 <구운몽>은 단순한 몽환적 소설이 아닙니다. 주인공 성진이 꿈속에서 팔선녀와의 사랑, 출세, 권력을 경험한 후, 결국은 꿈에서 깨어나 속세의 허무함을 깨닫는 이 이야기는 불교적 색채와 유교적 가치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그저 환상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구운몽>을 다시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무엇을 욕망하고, 그 끝에 무엇을 마주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김만중은 당시 조선 양반 사회의 출세욕과 물질적 집착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되묻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몽중몽’이라는 형식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교훈이나 도덕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김만중은 문학적 철학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구운몽>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고전입니다.

2. 권력과 여성 현실을 고발한 <사씨남정기>

<사씨남정기>는 김만중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당시 여성의 현실과 권력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입니다. 충직하고 인품 높은 사씨 부인과 권모술수로 남편을 조종하는 교씨의 대비를 통해 김만중은 도덕성과 진실, 그리고 권력의 모순을 문학으로 고발합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여성 중심의 서사 구조였습니다. 유교 사회에서 여성은 흔히 주변 인물로 소비되곤 했지만, 김만중은 사씨 부인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며 도덕적 주체로서의 여성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이 작품은 단지 가정사를 넘어, 권력의 작동 방식과 인간관계의 붕괴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씨남정기>는 조선 사회의 부조리, 가부장제, 정치적 왜곡까지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만중은 여성 인물과 현실적 갈등을 통해 도덕성과 권력의 본질을 통찰력 있게 풀어냈습니다.

3. 한글소설의 선구자, 대중과 문학으로 소통하다

김만중은 조선시대 양반 출신이었지만, 그의 문학은 철저히 대중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는 당대 주류였던 한문이 아닌, 일반 백성과 여성들이 읽던 한글로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글을 쓸 것인가’라는 작가의 태도이자 철학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김만중을 매우 진보적인 인물로 느꼈습니다. 소수 엘리트를 위한 글이 아닌,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그의 소설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은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와 깨달음을 주는 텍스트였습니다.

또한 그는 유배지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모두 유배 중 집필되었고, 이는 김만중이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끝까지 실천한 결과였습니다. 그는 고립된 환경에서도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썼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문학의 힘을 만든 것입니다.

결론: 김만중, 오늘도 유효한 이야기꾼
김만중은 단지 <구운몽>의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인간 욕망을 성찰했고, 권력의 모순을 비판했으며,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작가였습니다. 저는 그를 ‘조선의 이야기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문학으로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준 사람.

2026년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그의 이야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 질문, 고민이 있습니다. 김만중의 글은 그런 본질을 건드리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문장은 지금도 조용히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 가치인가?”
“무엇을 좇으며 살고 있는가?”

고전은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돌아봐야 할 질문입니다. 김만중은 그 질문을 아주 오래전부터 던지고 있었습니다.